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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서한 (마지막 회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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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무 작성일21-09-03 17:14 조회1,547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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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번째 서한  : 마지막 회유 (適論)

 

(옥중에서,1846년 8월 말)

 


교우들 보아라.

우리 벗아! 생각하고 생각할지어다.

천주께서 무시지시(無始之時)로부터 천지 만물을 배치하시고,그중에 우리 사람을 당신 모상(模像)과 같이 내어 세상에 두신 목적과 뜻을 생각할 지어다.

 

온갖 세상일을 가만히 생각하면 가련하고 슬픈 일이 많다. 이 같은 험하고 가련한 세상에 한 번 나서 우리를 내신 임자를 알지 못하면 태어난 보람이 없고 살아도 쓸 데가 없다.

 

비록 주님의 은혜로 세상에 태어나고 주님의 은혜로 영세 입교하여 주의 제자가 되니,그 이름이 또한 귀하거니와 실천이 없으면 그 이름을 무엇에 쓰겠는가? 

세상에 태어나 입교한 효험(效驗)이 없을 뿐 아니라,도리어 주를 배반하고 그 은혜를 

배반하니, 주님의 은혜만 입고서 오히려 주님께 죄를 짓는다면 아니 태어남만 못하다.

 

밭을 심는 농부를 보면, 때를 맞추어 밭을 갈고 거름을 넣고, 더위에 수고를 아끼지 않고 아름다운 씨를 가꾸어, 추수할 때에 이르러 곡식이 잘되고 염글면,마음의 땀낸 수고를 잊어버리고 오히려 기뻐 춤추며 탄식할 것이요, 곡식이 익지 않고 밭 거둘때에 빈 대와 껍질만 있으면, 주인이 땀낸 수고를 생각하고 오히 려 그 밭에 거름 내고 들인 수고로써 그 밭을 박대할 것이다.

 

이처럼 주께서 땅으로 밭을 삼으시고우리 사람으로 벼를삼아, 은총으로 거름을 삼으시고 강생구속(袶生救讀)하여(구속의)피로 우리에게 물을 주시어, 자라고 염글도록 하셨으니, 심판날 거두기에 이르러 은혜를 받아 염근 자 되었으면 주님의 자녀(義子)로 천국을 누릴 것이요, 만일 염글지 못하였으면 주의 자녀로서 원수가 되어 영원히 마땅한 벌을 받으리라.

 

우리 사랑하올 형제들아, 알지어다.

우리 주 예수께서 세상에 내려 친히 무수한 고난을 받으시고 괴로운 가운데로조차  성교회를 세우시고 고난 중에 자라나게 하신지라. 그러나 세상 풍속이 아무리 치고 싸우나 능히 이기지 못할지니. 예수 승천 후 사도(宗徒)때부터 지금까지 이르러 성교회 무수히 가난함 중에 성장하였으니,


이제 우리 조선에 성교회가 들어온 지 오육십 년에 여러 번 박해로 교우들이 지금까지 이르고,또 오늘날 군난(窘難)이 치성(熾盛)하여 여러 교우와 나까지 잡히고, 아울러 너희들까지 환난(患難)을 당하니,우리 한몸이 되어 애통한 마음(之心)이 없겠으며,육정(肉情)에 차마 이별하기 어려움이 없으랴.

 

그러나 교회의 가르침(聖敎)에 말씀하시되 ‘작은 털끝이라도 주께서 돌아보신다’ 하고

'모르심이 없이 돌보신다’ 하였으니, 어찌 이렇듯한 군난이 주의 명[主命]이 아니면 

주님의 상이고 주님의 벌(主賞主罰) 아니겠는가? 주의 거룩한 뜻(聖意)을 따르며, 

온 마음으로 천주 예수의 대장의 편을 들어, 이미 항복 받은 세속 , 마귀를 물리칠지어다.

 

이런 황망한 시절을 당하여, 마음을 늦추지 말고 도리어 힘을 다하고 역랑을 더하여, 

마치 용맹한 군사가 병기를 갖추고 전장에 있음같이 하여 싸워 이길지어다.

 

부디 서로 우애(友愛)를 잊지 말고 돕고, 아울러 주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어 환난을 물리칠 때까지 기다려라. 혹, 무슨 일이 있을지라도 부디 삼가고 극진히 조심하여 주님의 영광만을 위하고(爲主光榮)조심을 배로 더하고 더하여라.

 

여기 있는 자 이십 인은 아직 주님의 은혜로 잘 지내니 설혹 죽은 후라도 너희가 그 사람의 가족들을 부디 잊지들 말라.

 

할 말이 무궁한들 어찌 지필(紙筆)로 다하리. 그친다.

 

우리는 미구에 전장에 나아갈 터이니, 부디 착실히 닦아 천국에 가서 만나자. 사랑하는 마음 잊지 못하는 신자들에게, 너희 이런 어려운 시기(難時)를 당하여 부디 마음을 허투루 먹지 말고 주야로 주님의 도움을 빌어, 삼구(三仇)를 대적하고 고난을 참아 받아, 주님의 영광을 위하고 너희들(汝等)의 영혼 대사(大事)를 경영하라.

 

이런 환난 때에는 주의 시험을 받아, 세속과 마귀를 쳐 덕공(德功)을 크게 세울 때니, 부디 환난에 눌려 항복하는 마음으로 주님을 섬기고 구원받는 일(事主救靈事)에 물러나지 말고 오히려 지나간 성인 성녀의 자취를 만만코 다스려(修治) 성교회의 영광을 더하고 천주의 착실한 군사와 의로운 자녀가 됨을 증거하고, 


비록 너희 몸은 여럿이나 마음으로는 한 사람이 되어, 사랑을 잊지 말고 서로 참아 돌보고 불쌍히 여기며, 주의 자비하신 때를 기다려라.

 

할 말이 무수하되 거처가 타당치 못하여 못 한다. 모든 신자들은 천국에 만나 영원히 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 입으로 너희 입에 대어 사랑을 친구(親口)하노라.

 

부감 김 안드레아.

 

세상 온갖 일이 주님의 명령 아닌 것이 없고, 주님의 상벌 아닌 것이 없다

(莫非主賞主罰). 그러므로 이런 환난도 또한 천주께서 허락하신 바이니, 

너희는 감수하고 인내하여 주님을 위하고 오직 주님께 슬피 빌어 

빨리 평안함을 주시기를 기다려라.

 

내가 죽는 것이 너희 육정과 영혼의 일에 어찌 거리낌이 없겠는가? 그러나 천주께서 오래지 아니하여 너희에게 나보다 더 착실한 목자를 주실 것이니, 부디 서러워 말고 큰 사랑을 이루어, 한 몸같이 주님을 섬기다가 사후에 한 가지로 영원히 천주 대전에 만나 길이 누리기를 천만 천만 바란다.

 

잘 있거라.

 

김 신부 사정 정표(情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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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작성일

<참고>
 회유 (適論)  :  교우들에게 깨우침을 주는 글을 주어 돌려 보라는 뜻

무시지시 (​無始之時) : 시작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한없이 먼 과거의 때.

                            세상이 생기기 전의 때.

염글다  : 여물다의 옛말

강생구속 (袶生救讀​) : 천주교 4대 교리 의 하나. 인간이 죄를 지어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으나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이 됨(강생)으로써 인간의 죄를 대신 보속했으므로 누구든지

                            믿고 세례를 받으면 구원을 얻는다는 교리

친구(親口) : 흠숭과 공경의 대상에게 경의를 표하거나

                평화와 사랑을 나눈다는 뜻으로 입 맞춤 하는 것

삼구 (三仇) : 인간 영혼의 세 가지 원수가 되는 육신, 세속, 마귀

​부감 (副感) : 조선대목구의  부감목

사정 정표 (  情表) : 사사로운 정을 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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