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신천동성당(주임 이강구 마르코 신부)에서는 매주 금요일 10시에 특별한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성경찬양미사’가 그것이다. 성경 속의 인물을 주제로 말씀을 정하고, 신자들은 주제 말씀을 한 주간 동안 읽고 묵상한 후 미사를 통해 성경 속의 인물과 특별한 ‘만남’을 갖고 있다. 현재 신천동 신자들은 ‘성경 속의 여인’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구약성경 속의 여인들을 시작으로 이 만남은 벌써 20번째가 진행되어 오늘은 신약성경의 사마리아 여인이 신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에 신자들은 먼저 성전 앞에 준비된 초를 봉헌하고 “저희가 성경을 멀리하고 그 가르침을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였으니 성경을 가까이 하며, 예수 그리스도와 이웃을 더욱 잘 알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또한 다섯 개의 기도카드를 성전 입구에 두어서 신자 누구나 기도지향을 써놓으면 영성체 후 묵상시간에 기도를 읽어주고 이강구 신부는 기도 지향카드에 적힌 기도를 일주일 동안 기도한다.

제대 뒤 벽면에는 신자들을 맞이하는 성경 구절이 있다. 그날의 복음말씀에서 특별히 뽑은 것이다. 오늘 주제 구절은 요한복음 4장의“때는 정오 무렵이었다.”와 “지금이 바로 그때다.”였다. 오늘의‘만남’을 위하여 정성된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미사 시작 20분 전부터 그날 미사 때에 부를 복음성가 연습이 있었는데, 복음성가들은 분주한 일상을 막 벗어난 신자들의 마음을 고요한 잠심으로 이끌어 주었다.

곧 이어 이 신부의 집전으로 사마리아 여인과 신천동 성당 신자들의 뜨거운 만남이 시작되었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신자들은 눈앞에 펼쳐진 성경 속 장면에 몰입되었다. 어렵게만 느꼈던 이스라엘의 역사와 문화가 삽시간에 이해되면서 신자들은 물동이를 버려두고 고을로 달려간 사마리아 여인의 마음이 되었다. 말씀이 주는 벅찬 감동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성경이 살아난 것이다.
 

‘성경찬양미사’는 많은 준비가 필요한 미사이다. 이 신부는 이 미사를 위해 따로 전례부와 성가대와 봉사부를 준비시키고 매주 수요일마다 회합을 한다. 직접 천연 초를 제작하고, 그날의 말씀에 따른 묵상곡들을 준비하는 등의 열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신천동 전 신자들의 성경 읽기를 사목 목표로 삼은 이강구 신부는 성경분과를 신설하는 등 특별히 말씀 안에서의 삶을 강조하여 현재 신천동 성당 안의 성서공부 반은 모두 5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러한 밑바탕에서‘말씀의 꽃을 피우는 미사’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알고보니‘성경찬양미사’는 신천동 성당 신자들만의 미사가 아니었다. 그 감동의 힘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타 본당 신자들도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경윤 마리아씨는“친한 이웃을 초대했는데 미사를 마치고 그분이 참으로 배가 불렀다며 너무나 행복해 했다”고 기뻐했다. 신천동 성당 성경분과장인 김양숙 데레사씨는“모임 식구들과 이 미사를 함께 한 후 아예 모임시간과 장소를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을 율리안나라고 밝힌 한 자매는“말씀의 이슬을 먹기 위해 금요일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성경 속 인물과의 뜨거운 만남은 계속 될 전망이다. 이경숙 재클린씨는 “일부러 피정을 갈 필요가 없어졌다”며 회개와 치유와 감사와 고백이 진솔하게 솟아나는 성경찬양미사에 감사해 했다.

 

글| 김혜옥 젬마 (홍보국 명예기자)